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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라스트오리진] Wedding wars! 01. 황금 사과(2)

by 피어나는 고양이 2020. 5. 26.

--. 힘들었음다.”

외부 정찰을 다녀온 브라우니는 곧 먹을 부식인 참치캔을 기대하면서 목욕탕으로 향하고 있었다. 현재 오르카가 정박하고 있는 곳은 지상의 거점이자 온천이 있는 캠프 매너티(Camp Manatee)이다. 이 곳의 온천은 한 때 사령관이 정양을 했을 정도로 그 효능이 입증된 곳이다. 물론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정양은 사치와도 같았지만 지금의 사령관은 멸망 전의 인간 님들과는 그 성격부터가 천양지차인 사람이다. 크리스마스 이후 목욕탕은 증축되어 그 규모가 커졌다. 물론 대장들의 강력한 항의로 인하여 사령관 개인 욕실이 따로 조그맣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런 만큼, 목욕탕은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용하는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었다.

, 이게 누구야. 브라우니 아닌가.”

그렇기에 목욕탕에서 바이오로이드들이 서로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렇게 브라우니가 워울프를 만나듯 말이다.

이거, 워울프씨 아님까. 초계 임무 중이셨던 거 아님까?”

, 우리야 그런 임무는 잽싸게 끝내니까. 그러는 자네는? 내 기억이 맞다면 자네 상관과 함께 물자 탐색을 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확이 있었슴다. 그래서 바로 귀환했지 말임다.”

브라우니가 슥슥 바디 슈트를 벗으면서 말했다. 의외로 볼륨 있는 가슴과 군살 하나 없는 잘록한 배를 드러내면서 브라우니는 말을 이었다.

오늘 그러니까 갔던 곳은 확실히 힘들었지 말임다. 마리 대장 아니었으면 지금쯤 어딘가 다쳐서 돌아왔을 지도 모르겠슴다.”

하긴, 의무실에 있으면 의외로 따분하지.”

뭐랄까 여기저기 함정투성이였슴다. 나중에 마리 대장의 말로는 아무래도 우리를 침입자로 인식한 것 같군.’이라고 하셨으니까 말임다.”

오오, 함정들 말인가? 마치 영화의 주인공 같군. 그리고 그런 함정들의 끝에는 귀중한 보물이 숨어 있기 마련이고.”

워울프가 눈을 빛내면서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바이오로이드는 서부극을 봤다는 것 만으로 원래 쓰던 제식소총 대신 권총으로 무기를 바꿔 버린 바이오로이드니까. 영화에 금방 옮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단순한 바이오로이드이다.

, 진짜로 마지막에 보물이 있었긴 했음다. 물론 그건 마리 대장님이 갖고 가셨지만 말임다.”

그건 용납할 수 없는데. 보물이 있다면 당연히 브라우니에게도 그에 대한 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모르겠음다. 대장님이 사령관께 가져다 드리겠다고 하셨으니까 아마 사령관님이 갖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함다.”

눈을 빛내는 워울프와는 다르게 브라우니는 진짜 마지막에 찾은 물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이 단순하면서 성실한 브라우니는 하루의 일과 끝에 맞이한 개인 시간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혹시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는 봤나?”

그 뭐였더라? 조그만 상자 안에 들어 있었슴다. 자세하게는 보지 못했지만 말임다.”

 

마리가 바깥을 갔다 온 뒤 무엇인가를 갖다 주었다. 그 당시 대 별의 아이 전을 상정한 모의 전투 시뮬레이션 중이었기에 잠시 후 확인하겠다는 언질을 주었고, 마리는 뭔가 고민하는 표정과 함께 이것을 내 책상에 올려둔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상자. 척 봐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상자이다.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임에도 상당한 보안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게 보였다. 일단 나 혼자는 열 수 없을 것 같아서 가장 적임자인 사람을 불렀고.

오빠, 나 찾았어?”

080기관의 연구원, 그야말로 천재 앞에 초를 몇 개를 붙여도 모자란 바이오로이드인 닥터 말이다.

. 이 상자를 열어줄 수 있나 해서.”

? 잠깐 확인해 봐도 될까?”

닥터의 등 뒤에 있는 기계 팔이 움찔거리면서 상자를 잡았다. 기계 팔의 손가락 부분에서 붉고 푸른 빛이 교차하면서 상자를 훑는 모습은 언제 봐도 사이버펑크 느낌을 확 주는 것이 사실이다. 닥터가 들고 있는 판넬에도 주르르륵 많은 양의 문자들이 표시되면서 지나갔고, 얼마 뒤 닥터가 말했다.

상당한 락이 걸려 있네. 무엇인가 귀중한 것을 담은 수납 케이스로 보여. , 일단 락은 해제했으니까, 한 번 열어 볼까?”

내가 열어 볼께.”

나는 닥터에게 말했다. 닥터는 순순히 상자를 나에게 넘겨 주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손에 마치 착 감기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닥터가 말한 락인 것일까? 상자가 열리면서 안에 있는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의, 마치 태양과 같이 빛나는 금색 반지였다.

반지 위에서 빛을 내는 보석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붉은 색이고, 그 밑의 반지는 그런 불꽃을 받치는 횃불과 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은 두 가지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하나가 사랑에 빠지는 활이고, 하나는 그 사랑을 불타게 하는 횃불이라고 한다. 이 반지는 마치 그 신의 횃불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보는 사람의 혼을 흔들고 정신을 잃게 만드는 마성의 물건. 반지 안에는 하얗게 빛나는 아마도 백금이리라 글씨가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었다.

Στην πιο όμορφη θεά

위험하다, 이거.’

이 물건을 보는 순간 난 이렇게 직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반지다. 이건 누가 봐도 결혼 반지다. 단순한 반지도 아니고 엄청나게 비싼, 멸망 전의 물건이다. 마리의 보고에 의하면 어마어마하게 삼엄한 감시 끝에 보관되고 있었던 물건이다. 아마도 가격을 생각한다면 억 소리 나올 정도로 비싼 물건이리라. 물론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오빠……!”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닥터가 매우 불안하게 보인다. 물론 닥터가 전투에 참가할 때 탑승하는 타이탄에 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건 닥터다. 이 해방군 내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바이오로이드이자, 이미 몇 번은 육탄공격도 한 전적이 있는 그 닥터란 말이지.

혹시, 그 반지 다른 사람 줄 꺼야? 아니면 나? 역시 나지? 나한테 반지를 주려고 이렇게 준비한 거야? 그런 거야?”

닥터의 눈이 빛을 낸다. 아까 말한 사랑의 횃불이 닥터의 눈 속에서 활활 불타고 있다. 이건 위험하다. 정말 위험하다!

, . 아닌데.”

뭐야, 다른 언니 주려고 준비한 거야? 그건 아니지? 그렇지?”

닥터의 눈의 빛이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닥터가 상당히 달라붙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평상시의 그 모습보다도 더욱 다르다. 머릿속 위험 센서가 풀로 돌면서 위험을 예고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피하거나, 아니면

역시 오빠는 일단 기정사실로 만들 필요가 있는 거 같아. 미리 이걸 준비해 오길 잘 했지.”

단숨에 변신약을 먹고 어른 몸매로 변한 닥터가 나를 향해 돌진한다! 아니, 왜 내 방에 오는데 저 약을 갖고 온 거야?! 단숨에 닥터의 기계 팔이 나를 속박하기 위해 뱀과 같이 휘면서 돌진한다! 나는 주머니 속의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 내가 싸울 거라고 생각했나? 애초에 내가 바이오로이드랑 싸워서 이길 방법은 없다고. 물론 나도 이게 유괴범을 만났을 때 호각을 부는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인님? 무슨 일이신가요?”

단숨에 옆 문이 열리면서 하얀 고양이가 튀어 나왔다. 아니, 고양이를 닮은 바이오로이드가 튀어 나왔다. 나긋나긋한 체형, 순백의 머리카락. 손 위에는 고양이 장갑을 낀 바이오로이드, 페로였다.

닥터 좀 막아줘! 물론 다치지 않을 정도로!”

나는 페로에게 그 말을 남기고 바로 옆 문을 열었다. 페로는 순간 머리 위에 한껏 물음표를 띄운 표정으로 날 쳐다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 그녀는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하는 닥터 앞을 막아섰다. 물론 기계 팔은 페로가 착지하면서 왼발로 꽉 눌러 놓은 상태였다.

주인님?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페로 언니! 잠깐 비켜 봐! , 오빠한테 받을 게 있던 말이야-!”

고마워 페로! 그러면 있다가 봐!”

나는 바로 문을 나가면서 문 옆의 비상스위치를 주먹으로 쳤다. 이 스위치를 누르면 잠수함 내의 격벽 재질과 같은 벽이 문을 막는다. , 닥터라면 여는 대 1분도 안 걸리겠지만 그 1분은 나에게 소중하다. 일단 숨어야 한다. 숨어야 한다면 어디로?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간 것은 한 명의 바이오로이드였다.

 

 

마찬가지로 출처만 써 주시면 퍼감 환영합니다.

Στην πιο όμορφη θεά” 의 의미는 잘 아시겠지만, 일리아드의 시작을 알리는 에리스의 황금 사과에 써져 있던 그 문구 맞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